영재
영재는 고래와 고양이의 여정을 빌려 그리움을 환상적 서사로 승화하며, 겹겹이 쌓아 올린 흑연의 깊이 속에 부재하는 존재와의 영원한 재회를 꿈꾼다.
Young-jae transforms personal longing into a fantastic narrative through the journey of a whale and a cat, dreaming of an eternal reunion with absent loved ones within the depths of meticulously layered graphite.
영재의 작업은 바닷마을 ‘오도’에서의 기억,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에서 출발한다. 고래와 고양이라는 상징적 존재는 각각 할머니와 작가를 대리하며 둘의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장면들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를 형성한다. 이 만남은 실제의 재현이 아니라 부재를 견디기 위한 상상의 장치이다. 작가는 한지 위에 매우 무른 흑연을 수차례 중첩해 올리며 깊고 밀도 높은 어둠을 만들어낸다. 이는 동양 수묵화의 심연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기억이 축적되는 시간의 깊이를 드러낸다. 화면 곳곳에 배치된 요소들은 일월오봉도와 같은 전통적 도상의 변주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작업은 사적인 애도의 경험을 보편적 감각으로 확장한다. 영재는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위트와 환상을 통해 그것을 승화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각자의 그리운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그의 회화는 부재와 재회 사이의 긴장을 머금은 채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관계를 지속하려는 조용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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