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
Solo Exhibition
10 AM - 6 P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5길 11
무료관람
KAIROS
방효성 개인전
방효성 개인전
그린다는 것, 지운다는 것, 흔적을 남긴다는 것과 지우는 것.
방효성의 회화는 이 두 행위를 동시에 수행하며, 그 안에 시간의 깊이를 새긴다.
그의 화폭은 시작과 끝이 없이 이어지는 순간을 붙잡아, 무채색의 색조 속에서도 관람자의 내면을 흔든다.
아름답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그곳에는 다층의 사유와 태고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이번 전시는 실험적이고 담대하게 작업을 이어온 방효성 작가의 회고적 성격을 담는다. 작가는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다”라고 말한다. 짧은 시간 속에서 흐르는 존재와 소멸, 생성과 흔적의 반복 속에서, 그는 시간의 본질과 창조주의 때를 화폭과 드로잉,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탐구하고 전달한다. 단순한 시각적 재현이 아닌, 내재적 시간과 직관적 경험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그의 예술 행위의 본질이다.
방효성의 작업은 시간과 공간의 예술이다. 그는 외형적 시간과 내형적 시간을 구분하며, 수치로 나눌 수 있는 시계적 시간이 아니라, 질적이고 직관적인 내재적 시간을 화폭에 담는다. 그의 그림에서 펼쳐지는 시간은 창조 이전의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답을 요구하지만, 작가는 대상의 재현보다 시간의 흔적과 내재된 회로망을 통한 직감적 경험을 중요시한다.
회화 속 흔적들은 단순한 시각적 표면이 아니라, 존재의 흐름과 소멸, 생성과 지움의 반복 속에서 나타난다. 선과 면, 색이 교차하며 지워지고 겹쳐지는 과정 속에서,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에서 매번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낸다. 그 흔적들은 때로 갈대숲이 되기도, 물결이 되기도, 하늘과 땅이 되기도 하며,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과 물리적 시간, 내면의 시간과 외형적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예술은 영원의 시간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맞닿아 있다. 방효성의 그림은 짧은 시간 속에 놓인 존재의 소멸과 생성,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조형적 언어로 풀어낸다. 그린다는 행위와 지운다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며, 그림은 바로 그 선험된 바탕 위에서 지워지고 다시 남겨지는 흔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획득한다. 우연처럼 보이는 의도적 행위 속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Kairos”는 창조주의 시간 속에서 경험되는 존재와 흔적, 창조와 소멸,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이 체험하는 내재적 시간을 탐구하는 전시이다. 작가는 회고적 시선으로 자신의 지난 작업과 시간을 되돌아보며, 동시에 관람자가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사유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연다. 순간의 흔적 속에 담긴 깊은 사유와 창조적 행위, 지워지고 남겨진 자취가 오늘도 관람자의 내면을 유혹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태어난다.
갤러리빛 큐레이터 | 전에스더